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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만명 ‘허기’ 달래고 4915만장 ‘온기’ 전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7-16 조회수 : 23

115만명 ‘허기’ 달래고 4915만장 ‘온기’ 전했다

나눔운동 20년…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2018.07.16 / 국민일보 / 우성규기자


115만명 ‘허기’ 달래고 4915만장 ‘온기’ 전했다 기사의 사진
어릴 적 별명이 ‘허기진’ ‘허기져’였다. 이름이 허기복(62)이어서 끝 글자만 바꿔 불렸다. 경기도 부천 오정동 출신으로 이곳은 지금도 김포공항 이착륙 비행기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술꾼이었던 부친으로 가세는 기울어 어머니는 늘 쌀과 연탄을 외상으로 들여놓아야 했다.

신학대에 진학한 허 목사는 이때부터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을 맘에 품게 된다. 돈이 없어 허기진 사람들을 위해 따듯한 밥 한 끼와 연탄 한 장을 나누는 꿈은 그렇게 잉태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해직자 노숙인 노인들이 거리를 배회하자 그는 강원도 원주 원주천변 쌍다리 아래서 첫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2002년엔 연탄은행으로 대상을 넓혀 배고픔에 이어 추위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도왔다. 그렇게 20년을 보냈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지난 13일 원주시청 다목적홀에서 ‘밥과 연탄, 대한민국을 품다’의 출간을 알리는 비전포럼을 열었다. 대표를 맡고 있는 허 목사는 “예수님 잘 섬기고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말라는 어머니의 기도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로 인해 20년간 총 115만명이 허기를 달랬다. 노숙인쉼터엔 1만4000명이 다녀갔고 2875명이 취업을 소개받았다.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으로 배달된 연탄은 총 4915만장이다. 연탄을 나른 사람들은 44만9000명, 연탄을 배달받은 곳은 33만 가정이다. 지금은 밥상공동체 종합복지관은 물론 전국 31개 지역에 연탄은행이 설립돼 있다. 노인일터 빈민은행 지역아동센터 비타민목욕탕 등 빈민을 위한 사역이라면 무엇이든 해왔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시작했다. 뭐든지 서울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세상에서 지방에서 서울로 역주행을 지속했다. 밥상공동체는 물론 연탄은행도 원주와 춘천에서 먼저 시작해 서울로 넘어가 속칭 ‘백사마을’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에서 꽃을 피웠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지금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기독교 사랑을 바탕으로 한 순수 민간 복지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 목사는 “나도 처음엔 대형교회 목사를 꿈꿨다”고 말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중랑구 일대에서 사역했으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회자 사례비를 주지 못하는 교회에서 새롭게 시작하리라 마음먹은 뒤 아무 연고가 없던 원주로 내려왔다. 원주 외곽에서 목회를 하다 IMF 위기 시절 밥 굶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료배식 봉사를 시작했고 이는 들불처럼 사회운동으로 퍼져나갔다.

풍파도 있었다. 2008년 횡령 혐의로 구속됐지만 2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허 목사는 “빈민 사역을 하며 개인 영달을 위해 한 것이 없었기에 지금도 떳떳하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에는 이후 더 많은 법조인들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포럼에서 “돈이 주인인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소박한 밥 한 끼와 따듯한 연탄 한 장으로 지역복지운동의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원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