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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고요하게 배달된 온정...성탄 전야는 따뜻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12-28 조회수 : 20

고요하게 배달된 온정...성탄 전야는 따뜻했다

2020.12.25 / 국민일보 / 우성규 기자

 

배우 황보라씨가 24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 지게에 두 손까지 동원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고요하면서도 거룩하게 연탄 나눔은 진행되고 있었다. 단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모인 봉사자들은 5인 이상 금지 규정에 맞춰 네 명씩 한 조가 돼 성탄 전날 달동네 이웃의 집에 연탄을 들여놓고는 조용히 흩어졌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12월 개인 봉사자의 날, 성탄데이’ 행사를 열었다. 말이 행사이지 예년 같은 떠들썩한 소개도 대표의 인사말도 없었다. 마을 입구의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 250만장 연탄 나눔’을 알리는 현수막, 트럭이 들어올 수 있는 곳까지 군데군데 하역해 놓은 연탄 수천장이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사전 신청한 개인 봉사자 30여명은 이날 10개조로 흩어져 조마다 한 명씩 배치된 연탄은행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각자 묵묵히 연탄을 지게에 지고 거미줄 같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김나은(36)씨는 검은색과 하얀색 두 개의 마스크를 겹쳐 쓰고 있었다. 굵은 땀방울이 마스크 아래로 흘러내렸다. 홀로 봉사에 참여한 김씨는 “연탄을 보면 어렵던 어린 시절의 엄마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성탄 전야에 이웃과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나누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했다. SBS 공채 탤런트 출신인 배우 황보라(37)씨도 개인 자격으로 동참해 연탄 지게를 졌다. 플라스틱 안경테에 투명 가림막이 부착된 신개념 안면 보호대를 착용했다. 황씨는 “혹시 주민들에게 침방울이 튈까 걱정돼 준비했다”면서 “성탄절같이 특별할 때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백사마을 중앙의 연탄교회 앞에선 허기복 목사가 주민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었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성탄을 맞아 소외 이웃에게 편지와 함께 전달하는 ‘엔젤트리’ 선물에 더해 개인 봉사자가 후원한 곰탕, 연탄은행이 준비한 떡까지 연탄 가구 노인들에게 전달됐다. 어르신들은 3명씩 10분 간격으로 순서를 정해 교회에 들러 받아가는 방식으로 밀집을 피했다. 허 목사와 인사를 나눈 김일순(91) 할머니는 “목사님, 반갑고 고마워요. 건강하시고 훌륭히 지내시오. 예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서울연탄은행 문지희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로 후원과 함께 봉사자도 줄면서 가구당 한번에 150장씩 전달하던 연탄을 100장씩만 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연탄에 기대 난방을 하고 온수를 얻고 밥을 안치기도 하는 주민들에게 연탄은 여전히 생명선이다. 문 복지사는 “기초수급 대상에 노령연금이 수입의 대부분인 어르신들이 연탄 걱정을 덜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