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Home > 소식 > 언론보도
[팝콘뉴스] 이웃위해 눈보라 뚫고 연탄 나르는 손길들...'함께 해봤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1-30 조회수 : 119

이웃위해 눈보라 뚫고 연탄 나르는 손길들...'함께 해봤습니다.'

2021.01.30 / 팝콘뉴스 / 편슬기 기자

 

"눈이 내리는 날 봉사활동을 하면 복을 받는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이다. 비 오는 날 이사를 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만큼이나 신빙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왠지 오늘은 꼭 믿고 싶어진다. 연탄봉사활동이 이뤄졌던 28일, 노원구에 위치한 백사마을에 마침 눈이 펑펑 내렸기 때문이다.

 


    365일 동안 36.5℃를 지키는 3.65㎏의 연탄 1장


▲ 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허기복 대표(좌)가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이다. 사람의 정상 체온인 36.5도에서 따온 연탄의 무게는 사람들의 체온과 생명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개당 800원, 어르신들이 하루를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필요한 연탄의 양은 4~5장. 최소 수량으로 상정해 봐도 한 달을 나려면 가정 당 120장은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부터 2월까지를 겨울로 잡고 연탄을 사용한다 해도 360장, 총 1,314㎏의 연탄이 필요하다. 3월까지도 꽃샘추위가 계속된다는 걸 감안하면 더 많은 숫자의 연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겐 연탄 두, 세장을 이고 언덕길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현실이다.

 

게다가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29만 원가량. 기초생활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한 달 생활비의 대부분을 난방비로 지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전국에서 연탄을 사용해 난방을 하는 가구는 약 10만 세대로 추정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애정 어린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나 이번 겨울은 취약계층에게 혹독했다. 코로나19로 경제난과 모임 금지 등이 겹치면서 예정된 봉사활동이 수차례 취소되기도 했고, 연탄을 기부해오는 도움의 손길도 함께 줄어들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보통 평균적으로 1년에 자원봉사자 수만 3만 명 정도 되는데, 지난해는 1만 명 조금 못 되는 선에 그쳤다. 연탄 기부량도 감소해 2019년 490만 장에서 250만 장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사라진 상황 탓이다. 물론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들에게는 고맙지만, 줄어든 손길 탓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은 허 대표로서는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 기부받은 연탄량이 감소하면서 연탄을 지원받는 가구도 함께 줄어들었다. 기존 2만 5,000여 가구에서 2만여 가구로 줄어들어 5,000 가구가 연탄 지원에서 제외됐다.

 


     생애 첫 연탄 배달 봉사와 갑작스러운 폭설


▲ 기자도 연탄 배달 봉사에 동참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시니어 전문 엔터테인먼트 제이액터스 대표와 소속 모델, 직원들이 노원구 백사마을 어르신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이 지난 28일 진행됐다. 여기에 기자도 생애 첫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했다. 동네 어귀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았건만, 봉사자들이 연탄 배달을 위해 연탄은행 측에서 준비한 팔 토시와 조끼를 착용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눈송이가 하나 둘 흩날리기 시작했다. 생애 첫 연탄 배달 봉사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란 예감은 귀신같이 적중했다. 눈발이 순식간에 거세지더니 거센 칼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돼 언덕을 오르는 자원봉사자들 사이로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이날 봉사활동은 다섯 가정에 총 1,000장을 배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자를 포함한 총 28명의 인원이 연탄 지게를 어깨에 메고 나란히 줄을 서 연탄을 적게는 2장, 많게는 5장까지 싣고  날랐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눈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종종걸음으로 내려가고 오르기를 반복했다. 1월의 눈보라가 무색하게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머리에선 연신 더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밖으로 나온 몇몇 주민들이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선뜻 말을 건네왔다. "힘들죠? 다치지 않게 조심해요",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진심이 담긴 말 덕분일까, 주민들의 인사에 등허리와 발에 힘이 실렸다.

 

▲ 연탄 배달을 위해 자원봉사들이 오른 언덕길

서로 얼굴을 모르는 자원봉사단원들끼리도 "힘내요, 조심해요"란 말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됐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훨씬' 소중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1,000여 장의 연탄이 가야 할 집에 모두 무사히 도착하면서 봉사활동이 마무리됐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오외숙(58, 서울 송파구) 씨는 "이번이 3번째 봉사활동이고 힘들다기보단 너무 좋은 마음으로 왔다.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니까 오늘 하루 축복받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이액터스 정경훈 대표(48, 인천 송도) 또한 "세상을 살며 소외계층 분들이 많은데, 시니어 모델들과 재능도 기부할 겸, 기부금과 함께 직접 봉사를 통해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하고자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매년 연말에 자선 패션쇼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연탄 배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작년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는데 올해도 눈이 내려서 깜짝 놀랐다. 기분도 너무 좋고 연초에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감동스럽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탄은 매개체일 뿐…결국 온기 전하는 건 '사람'


▲ 거친 눈발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수십 년간 이곳 백사마을에 살고 있는 김귀임 할머니(81, 서울 노원구)는 지난 2004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연탄 지원을 받아 왔다.

 

김귀임 할머니는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왜 그러냐면 달동네라 없이 사니까. 목사님(허기복 대표)이 다 알아서 해주시지만 이렇게 연탄도 후원해 주고 코로나19 시기에 방문해서 봉사활동해 주시는 분들 보면 나도 자식이 있고 손자들이 있는 입장이라 더 고맙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할머니는 중간중간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 중계동 사는 사람들은 허기복 대표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며 연신 그를 칭찬했다. 확실히 이곳 백사마을 주민들에게 허기복 대표의 신망은 두터운 모양이었다.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마주친 마을 사람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면 모두들 그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수고한다'라는 말이 길을 내려오는 내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마치 백사마을에 거주하는 400가구 전체가 허기복 대표와 연탄은행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공동체, 대가족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백사마을 주민들에게는 고마움의 대상인 허 대표는 오히려 주민들께 감사를 전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건강하게 지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이다. "윗집 어르신이 라면을 맛있게 끓여줘서 고맙고, 옆집 아저씨가 길가에 쌓인 눈을 치워줘서 고맙다"라며 세상은 감사할 일 투성이라고 말한다. 허 대표는 또 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봉사자들에게도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매니저와 함께 달동네를 방문해 무거운 리어카를 끌며 어르신들에게 연탄을 배달했던 배우 유승호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꼭 비밀로 해 달라며 신신당부했던 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며, 배우 유승호 씨가 5만 장 정도의 연탄을 꾸준히 기부해 왔다는 얘기도 함께 덧붙였다. 허 대표는 "내가 한소리 듣는 한이 있어도 유승호 씨 미담은 꼭 얘기해야 겠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어 허 대표는 "지난해가 코로나19로 더 춥고 외로웠던 만큼 올 한 해는 어르신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고 무사히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개인적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노래 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소하고 따뜻한 바람을 전했다.

 

이날 연탄 배달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어렸을 때, 혹은 젊었을 때 연탄을 주로 사용해 매년 겨울이면 연탄을 옮겨 날랐던 경험을 한 이들도 있고, 기자처럼 처음으로 연탄 꾸러미를 짊어진 이들도 있다. 1시간 여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날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소중한 경험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 저마다의 가슴에 남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마음이 또 다른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연탄 배달 봉사는 신체 건강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함께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뿐만 아니라 사랑의 연탄, 연탄기부 지파운데이션, 해피피플, 글로벌비전, 함께하는한숲 등 여러 단체가 동참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추운 겨울을 홀로 지내면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기다리는 많은 어려운 이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