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3.(화) / 쿠키뉴스 / 김재민 기자
전국 연탄가구 약 6만, 폐광·물가 상승 등 연탄가격도 ‘훌쩍’
석탄공사, 비축 무연탄 폐기물 혼입 논란에 에너지 전환 시급
에너지 취약계층 실태조사 확대 나선 정부, 재생e·히트펌프 도입 등 검토
주거구조 복잡한 취약계층 거주지…“비용 등 고려하면 실효성 없어”
“민간 전문가, 실제 수혜자 목소리 반영必…정책-현실 갭 줄여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가운데, 연탄가구 등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취약계층 역시 단순한 ‘지원’이 아닌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효율 에너지로의 전환을 집중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와 시스템이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시행까지 약 1년이 남은 상황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2일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에 따르면, 전국 연탄가구는 지난해 기준 5만9695가구로, 이 중 80%에 달하는 4만8000여 가구가 수급·차상위·소외 가구 등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취약계층 대부분은 보일러를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비용과 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연탄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민 연료’로 불려왔던 연탄 가격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탄 한 장 가격은 2018년 639원으로 급등한 뒤 올해는 950원까지 상승했다. 배달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소매가격이 장당 1600~1700원에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탄가격이 급등한 데에는 화석연료 축소 기조에 따른 폐광, 이에 따른 민간 폐업 확대, 물가 및 운송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강원 도계광업소를 끝으로 국내 공영 탄광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전국 민간 연탄공장 16곳만이 연탄을 만들어 운송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석탄공사가 비축해 온 1000억원 규모(42만톤)의 무연탄에 각종 폐기물이 절반가량 무단 혼입돼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연탄 시대의 갑작스런 폐막 우려와 함께 연탄가구에 대한 에너지 전환이 더욱 시급해졌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정부가 향후 5년간 연탄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해 왔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료인 무연탄 비축량이 급감하면서 연탄공장 가동률 저하 및 연탄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며 “이는 결국 취약계층이 혹한기에 제때 연탄을 공급받지 못하는 ‘난방 대란’으로 이어지게 되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까지 생존권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역시 에너지 취약계층의 ‘전환’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9일 공개한 ‘기후에너지정책실 업무계획 중심 추진과제’에서 에너지 바우처 지원가구 및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 가구를 확대하고, 에너지 취약계층 실태조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탄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료전환 지원책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취약계층 대상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기후적응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연탄 사용가구에 대한 고효율 에너지 전환을 집중 유도하고, 향후 재생발전, 히트펌프 등 보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설비를, 어떻게, 언제 교체해 에너지 전환을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취약계층이 거주 중인 지역에서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연탄가구 밀집 지역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은 지형이 험하고 골목이 좁아 도시가스 배관 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다수 가구가 여전히 연탄과 부탄가스에 의존해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주거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허기복 대표는 “에너지 전환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재생발전이나 히트펌프는 초기 설치·투자 비용이 매우 높고 기술적 장단점이 뚜렷해 취약계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정책은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이나 거버넌스 형성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성급한 접근보단 현장의 주거 구조 개선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고, 민간 전문가와 실제 수혜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모호한 책임 주체 역시 업무 추진 속도를 방해하는 잠재적 요소다. 녹색전환 기조에 따라 기후부가 취약계층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석탄산업을 비롯해 비축탄과 연탄 수급, 이와 관련된 하위 정책들은 산업통상부에서 담당한다. 실제로 청산을 앞둔 석탄공사와, 석탄공사의 업무를 넘겨받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산업부 소속으로 최근 업무보고를 마쳤다.
전문가는 에너지 전환의 거시적인 방향성을 토대로 현실성을 고려한 취약계층 삶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탄소감축 및 에너지 전환에 따라 연탄을 줄여가는 방향은 옳지만, 연탄을 실제 사용하는 가구 대부분이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은 현실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서 “에너지 전환의 지원책과 현실 또는 현장 사이의 갭을 좁힐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민간단체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