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나눔, 지금 시작하세요지금 후원하기
메인 로고 on   헤더 검색 버튼
[국민일보] 인형 쥔 고사리손까지…시민 2만명, 연탄 지고 비탈길 올랐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6.03.23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11
26.03.22.(일) / 국민일보 / 김용현 기자


18번의 오르막, 비탈길 지킨 숨은 주역들
‘연탄 보릿고개’ 뚫고 300만 장 기적 일군 시민들
다시 짊어진 지게… 멈추지 않는 온기 배달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골목길. 부부가 어깨에 연탄을 가득 쌓은 지게를 메고 비탈길을 올랐다. 어린 딸과 함께 손에 손잡고 걷는 발걸음은 마치 소풍길에 오른 듯 가벼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초록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남녀노소 함께 어우러져 연탄을 창고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붉은색 조끼를 입은 한 초등학생은 10㎏ 쌀포대와 커피 믹스 상자를 주민의 문 앞까지 낑낑대며 나른다. 손수 그린 꽃 그림과 시가 적힌 집 앞에서 주민은 그런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환히 웃어 보였다.

 

이날 정릉동 마을에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 겨우내 이어진 나눔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마련된 ‘2025-2026 연탄나눔 성료식’이 열려 1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다. 이날 공개된 올해 캠페인 성과에 따르면, 연탄은행은 기후 취약계층 1만2000가구에 300만장의 연탄을 전달하며 동절기 나눔을 할 수 있었다. 이날까지 2만명의 시민이 기꺼이 낙후된 마을 좁은 골목길을 찾아 연탄지게를 짊어졌다.

 

연탄은행은 지난해 9월 2025년 동절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더욱 취약해진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나눔 목표를 300만장에서 500만장으로 올려 잡았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전년도보다 저조한 나눔 실적으로 취약 계층의 ‘연탄 보릿고개’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현장을 지킨 봉사자들의 모여, 2002년 연탄은행 설립 이래 누적 나눔 ‘1억 장’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겨우내 비탈길을 지킨 봉사자들이 단상에 올랐다. 올겨울에만 18번째 연탄 지게를 짊어진 유미선씨는 우수 자원봉사자 감사장을 받으면서 “작년 한 해 여러분들 많이 고생하셨고 감사하다. 지금 계신 봉사자분들을 대표로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4회째 봉사에 참여한 지광훈씨 역시 “여러분이 있어서 저도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곁을 지킨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0년 가까이 나눔에 동참해 온 전국은행연합회 자원봉사 동아리 ‘봉실아리’의 양인혜 부장 또한 “매번 올 때마다 개인 봉사자분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과 존경심을 느낀다”고 했다.
 
봉사자들은 자축을 마친 후 조를 나누어 다시 지게를 짊어졌다. 다가오는 봄 추위에 대비해 겨우내 비어버린 어르신들의 창고를 채우는 ‘굿바이 연탄 봉사’다. 남은 4000장의 연탄을 나누기 위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는 이들의 뒷모습이 이어졌다. 봉실아리 측이 이날 후원한 쌀과 커피는 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각 가정으로 배달됐다. 골목 한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았다. 외식업체 대표들이 커다란 가마솥에서 직접 쪄낸 순대를 나누며 꽃샘추위에 언 봉사자들의 몸을 녹였다.
 
허기복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선뜻 나서주신 봉사자 여러분이 계셨기에 300만 장이라는 나눔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시민분들이 흘린 구슬땀은 한 번의 연탄 나눔을 넘어, 외롭고 지친 어르신들의 마음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희망을 지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만 14세 미만
만 14세 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