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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공보] 더 낮은 곳을 향한 욕심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6.05.07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14
26.05.01.(금) / 한국기독공보

1997년 겨울 IMF 외환위기의 매서운 칼바람이 대한민국을 휩쓸던 그해 연말,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추위와 허기를 견디는 이웃들이 있었다.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분들이었다. 실직으로 거리에 내몰리고 가족과 단절된 채 쪽방과 다리 밑에서 겨울을 나는 분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무엇보다 먼저 가장 기본인 '밥'부터 든든히 드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누군가와 서로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밥상공동체는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작은 밥상 하나를 펴는 것으로 시작됐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전하며 지친 마음을 묵묵히 곁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한 그릇의 국밥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교회를 넘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분들께 밥상을 차리고, 상담을 하고, 잠자리를 마련하며 그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갔다. 단순히 하루를 버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다시 일어설 힘을 드리고 싶었다.
 
원주 최초의 연탄은행도 그렇게 문을 열었다.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은 단순한 난방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그 작은 시작은 어느덧 긴 세월을 지나 150만 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1억 장의 연탄을 나누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1억 장이면 지구를 37바퀴 두를 수 있는 양이라지만 나에게는 그 숫자보다 연탄 한 장과 밥 한 그릇에 담긴 이웃들의 삶과 눈물이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 숫자 뒤에는 다시 살아보겠다고 손을 잡아주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도지사 후보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규모가 상당히 크다.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 그러면서 두 차례나 웃으며 덧붙였다. "이렇게 한 것은 목사님이 욕심이 많아서지요."
 
순간 마음 한편이 묘해졌다. '정말 이것이 내 욕심이었을까'라는 생각에 잠겼다. 더 많은 사람에게 밥을 드리고 싶었던 마음, 더 추운 집에 연탄을 놓아드리고 싶었던 마음, 쉴 곳이 없는 이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 싶었던 간절함. 그것이 욕심이라면, 나는 이 욕심을 결코 내려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사명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욕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고 더 낮은 곳을 향해 가려는 마음, 아직도 남아 있는 이웃의 눈물을 외면하지 못하는 고집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무모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복음이 사람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지난 4월 6일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약 1700여 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밥상공동체 창립 28주년의 밥상을 다시 차렸다. 처음 그날처럼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섰다.
 
"박수치는 관객이 되기보다, 핀잔과 평가를 받아도 무대 위에서 연기를 연출하는 배우가 되라"는 어느 신학자의 말을 되새겨본다. 평가와 오해, 때로는 핀잔이 있을지라도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의 삶에 작은 희망의 장면을 만들어 내는 사람, 삶이 복음이 되는 그 자리에 끝까지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은 욕심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마음의 빚'이라 믿으며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다시 밥상을 펴본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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