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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돌봄에는 비수기가 없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6.08.11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0
돌봄에는 비수기가 없다
2026.08.11/기독신문/현성혁 기자

 

 허기복 목사(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요즘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보면서 겨울에 만났던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연탄 한 장이 아까워 냉골방에서 이불을 덮고 지내던 분들이다. 겨울에는 ‘연탄은 있으신가’ 걱정했는데, 이제 여름이면 ‘이 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계실까’ 걱정하게 된다. 

필자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원주 쌍다리 아래에서 밥을 나누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 끼니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교회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002년에는 연탄 1000장을 나누면서 연탄은행을 시작했다. 밥은 굶어도 살 수 없지만, 추운 방에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늘 “없는 사람에게 밥은 하늘이고 연탄은 땅”이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며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가난에는 계절이 없다는 것이다. 겨울에 연탄 몇 장을 아껴 때던 가정이 여름이라고 형편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노후되고 낡은 집은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덥다. 선풍기 한 대로 한여름을 견디는 어르신이 있고,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제대로 켜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은 더위로 건강이 악화돼도 곁에서 알아채고 도움의 곁에서 알아채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사람이 없다면 자칫 심각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같은 온도로 다가오지만, 그 더위를 견뎌야 하는 고통의 무게까지 결코 같지는 않다. 그 고통까지 똑같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더위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볍게 마주하는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겨우 품어내는 고단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제 냉방은 편의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됐다.

“연탄은행이 왜 여름의 폭염을 이야기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온 것은 연탄이 아니라 사람이다. 겨울에 연탄을 나누는 것은 추위로부터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여름에 폭염을 살피는 것 역시 더위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계절은 달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의 이웃 사랑도 이제 겨울을 넘어 사계절로 확장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겨울이면 연탄을 나르고 김장과 난방용품을 나누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해 왔다. 참 고맙고 귀한 섬김이다. 이제 그 따뜻한 손길을 여름에도 이어갔으면 한다.

거창한 일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폭염이 이어지는 날 교회 주변의 홀몸 어르신에게 “잘 지내시는지, 식사는 하셨는지, 집은 너무 덥지 않은지”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시원한 생수 한 병을 건네고, 냉방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며, 교회 공간을 무더위 쉼터로 내어놓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겨울에 연탄을 들고 찾아갔던 가정이 있다면 올여름 다시 한번 찾아가 보면 좋겠다. 연탄이 필요하지 않은 계절이라고 해서 그분들의 어려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이웃 사랑에도 계절은 없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며, 어려움에 놓인 사람의 곁으로 찾아가는 것이었다. 오늘 폭염 속에서 힘겹게 하루를 견디는 이웃의 곁에 서는 것 역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이웃 사랑이다. 교회의 돌봄에는 비수기가 없어야 한다.

겨울에는 연탄으로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더위에 지친 이웃의 안부를 살피며, 한 번의 봉사를 넘어 한 사람의 사계절을 함께하는 교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계절은 바뀌어도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연탄 한 장이 아니라, 그 연탄 한 장이 필요한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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