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 "연탄은 사랑을 싣고 마음을 나눠요"
2022. 12. 19 / 중도일보 / 손충남기자
♦ "연탄 나눔의 의미는 '생존'…후원자, 봉사자 줄어들어 안타까워"
♦ "연탄뿐 아니라 빨래방, 카페 등 취약계층 위한 다양한 사업 운영해"

"3.6kg 연탄을 가지고 또 36.5도의 마음으로 365일 우리 이웃 옆에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연탄의 대표 강정칠입니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자기를 소개하는 말이다. 부산연탄은행은 2004년 시작됐다. 어릴 때 너무 가난해 사실 연탄을 떼보지도 못했다고 고백한 강 대표는 그렇기에 '자라서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가 되면 어렵고 힘든 분들, 또 억압받는 분들 그분들의 대변해주는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마음을 품고 13년간 목회를 하던 강정칠 대표는 서울연탄은행 대표의 권유로 연탄은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진짜 고생만 하면서 연탄을 드리기 시작했고 처음에 연탄 조금 드리다 말지 했다"는 강 대표는 "어떤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연탄 주는 사람한테 정말 고맙다는 그 말 때문에 18년 동안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칠 대표는 "1년에 연탄을 한 30만 장 정도 나눠드리고 있고 쌀도 한 30% 드리고 있으며 하루에 200명 정도 어르신들 밥을 해 드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가난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교육이란 생각이 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공부방도 개설하고 재능교육도 시키고 있으며, 아이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지지 역할을 하는 청소년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전하는 연탄 나눔의 의미는 '생존'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연탄은 40대 중반 이후 분들에게는 연탄이 그리움, 추억, 애환이 서린 물품이지만, 이후 세대에게 연탄은 삼겹살 구워먹는 것 아니면 뽑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연탄 한 장 없이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분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 작은 방 한 칸에서 생활하신다"는 강 대표는 "연탄불 떼면서 물을 데우고 또 된장찌개도 끓이고 우리 역사책이나 아니면 사회책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시대에 연탄 난방을 하시는 분들은 가장 사회적 약자이기에 생존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정말 연탄이 필요하고 쌀이 필요한 분들의 필요를 채워드려야 되는데 괜히 폼만 잡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어렵고 절박하다"며 "사실 8, 90대 어르신이 저를 보고 아버지라 부를 때 너무 충격받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 늙어보였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어르신이 우시면서 나에게 연탄 주고 밥 주는 사람이 아버지 아니냐 하실 때 다짐했다"는 강 대표는 "나는 부산 곳곳의 어르신들의 아버지다. 청소년의 아버지뿐만 아니고 청년의 아버지고 그다음에 우리 연세 많은 어르신들의 아버지다"면서도 "그 아버지 역할을 해야 된다는 자부심도 있고 부담감도 있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2004년 개소 후 18년간 부산연탄은행이 나눔한 연탄만 총 680만 장에 달한다. 한 해 최대 많이 나눴을 때 한 48만 장이고 평균 한 25~30만 장 정도 나누고 있다. 이제까지 봉사자만 10만 명에 달하고 연간 최대 봉사자 수는 9000명 정도 이른다. 강 대표에 따르면 한 가정이 한달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연탄의 수는 최소 100장에서 최대 250장에 달한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꽃샘추위까지 충분히 나눠드린다는 연탄은 장당 850원이다. 봉사자가 없으면 장당 1200원까지 치솟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지대 같은 경우 장당 1400원에 달하며, 겨울 한 철을 나기 위해서는 보통 50~80만 원 가량 든다고 한다.
연탄 나눔 배달은 '봉사 맛집'이라 지칭한 강 대표는 기억에 남는 후원자로 돌을 맞이해서 돌상을 차리지 않고 돌잔치 비용을 연탄은행에 기부한 아이를 이야기했다. "올해로 12살을 맞는 이 아이가 매년 생일마다 라면과 연탄을 보내주고 있다"며 "넉넉한 집도 아닌데 한 해 동안 아빠 엄마가 연탄을 모으기 위해서 또 라면을 모으기 위해서 저축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후원자로 "한 10년 전에 연탄을 드린 분인데 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분이 열심히 해서 잘 됐다. 그분이 그때 너무 고마웠다 그러면서 이제 내가 연탄을 기부하겠다 하면서 기부해 줬을 때 그게 너무 큰 감동이었다"고 말한 강 대표는 봉사자 중에서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최고로 꼽았다. "이대호 선수는 2006년도에 봉사자도 연탄도 오지 않을 때 연탄 천사가 돼서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을 봉사했다"는 강 대표는 "매년 빠짐없이 오전 9시에 와서 오후 4~5시까지 제일 힘들고 어려운 곳에 연탄을 나누는 연탄 천사가 이대호"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렇지만 강 대표는 "사실 요즘 우울하다. 2019년을 정점으로 후원자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봉사자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일 시급한 문제는 봉사자가 오지 않다 보니 부산에 연탄 때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걸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후원이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강 대표는 개인봉사 신청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노쇼'라고 잘라 말하면서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단체 봉사 신청만 받는다"고 속사정을 토로했다. 또 개인봉사자와 단체봉사자가 같이 오면 개인봉사자가 '은따'가 된다며 "개인봉사자는 개인봉사자의 날을 정해서 따로 또 모셔서 봉사활동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이름이 연탄은행이라고 해서 겨울만 연탄하고 쉬는 게 아니다. 연탄은행 빨래방, 카페 사부작, 사부작 편의점 등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탄은행 빨래방은 일반인 대상으로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취약계층을 돕고 있고, 카페 사부작과 사부작 편의점은 다음 세대를 위한 청소년을 돕기 위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봉사하자는 마음이 12월이 되면 끝이다. 그러나 정작 연탄이 필요할 때는 1월, 2월, 3월이다. 그때도 후원해주시고 봉사해주셔야 되는데, 12월에 들불같이 일어나던 봉사가 1월만 되면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며 "매월 봉사자와 후원자들이 지속해서 밥도 드리고 쌀도 드리고 또 청소년도 키워내는 그 일에 지속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연탄 난방하시는 분들만 어려운 게 아니라 보일러를 갖고 있고 가스를 떼더라도 어려운 분들이 계신다"며 "그분들을 위한 연탄은행의 비전은 에너지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에너지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강정칠 대표는 "요즘 많이 어렵고, 어려울 때 마음을 나누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시대 속에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연탄 같은 마음을 가져주시면 참 좋겠다"며 "세상에서 가장 큰 나눔은 마음이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주위에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나눠주셨으면 좋겠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아니면 또 연탄 한 장이든, 쌀 한 봉지든, 커피 한 잔이든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런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