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달동네 연탄나눔 재개... “대한민국 아직 살만해”
2023. 10. 07 / 데일리굿뉴스 / 김혜인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 동네, 노원구 백사마을에 거주하는 86세 장순분 씨가 연신 봉사자들에게 연탄 몇 장 들어오냐고 묻는다. 하루 아침에 기온이 떨어지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추위와 마주해야 하는 겨울이 걱정되서다.

7일 서울연탄은행은 ‘사랑의 연탄나눔’을 재개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이 300만 장 전달을 목표로 세웠다. 연탄은행 홍보대사 탤런트 정애리와 더불어 150명의 봉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여기 모인 분들의 얼굴을 보니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인 것 같다"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하는 건 연탄 한 장 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백사마을에는 30가구에 200장씩 총 6000장의 연탄이 전달됐다. 경북 의성에서 온 김종철(51)씨는 “연탄봉사를 시작한지 3,4년 정도 됐다”며 “주민분들의 행복한 얼굴, 고마운 얼굴을 보면 제가 다 고맙다”며 연탄을 10장씩 짊어지고 날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친구와 함께 백사마을을 찾은 김예지(37) 씨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아 또 참여하게 됐다”며 “제가 조금 노력하면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얼굴도 보고 땀 흘리면서 뿌듯한 마음도 생기다보니 내년에도 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어린이 봉사자들이 많았다. 처음엔 네 장씩 나르다 힘에 부치는지 한 장씩 나르면서도 쉬지 않는다. 김주영(12) 학생은 “힘들지만 뿌듯한 마음이 더 커서 괜찮다”며 연신 땀을 닦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모와 같이 봉사온 서민정(11) 학생은 “연탄 무게가 조금 무겁다 보니 힘들기도 한데 어르신들께 따뜻함과 연탄을 함께 나눠드리니 뿌듯하다”며 연탄을 4장씩 날랐다.

전국연탄은행이 연탄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3년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총 7만 4천167가구로 대한민국 전체 0.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연탄은행은 “우리보다 더 어렵고 소외된 이웃과 기후 및 연탄사용 에너지취약계층을 위해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눔운동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만큼 우리 모두가 연탄 한 장이라도 후원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