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괭이부리마을, 올해도 연탄 보며 '안도의 한숨'
2023. 11. 13 / 경인일보 / 이상우기자

13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동의 쪽방촌 길가에 밤새 사용하고 내놓은 연탄재가 수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3.11.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하루 연탄 두 장만으로 겨울 버텨
■ 불쏘시개로 쓸 번개탄은 직접 사야
■ 인천연탄은행 "다음엔 함께 기부 고려"
때 이른 반짝 추위에 인천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지역 기온이 한때 영하 1℃를 기록한 13일 오전 동구 만석동 8번지 일대. '괭이부리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인천의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너비 2m 남짓한 좁은 쪽방촌 골목골목은 슬레이트 지붕에 햇빛이 가려져 어두컴컴했다. 주민들은 연탄에 의지해 한겨울을 난다. 쌓인 연탄재를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던 주민 최모(63)씨는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한테 연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며 "집 창문과 현관문에 방풍막을 붙이고 연탄만 하루에 두 번 정도 잘 갈아주면서 겨울을 버티고 있다"고 했다.
“독거노인은 연탄 가는 것도 큰일… 옮기다 깨 먹기도”
연탄재 무게가 상당한지 봉투를 들어 올리는 최씨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나야 아직 건강하니까 괜찮은데 연로한 독거노인들은 연탄을 가는 것도 큰일이다"며 "특히 할머니들은 연탄을 옮기다가 떨어뜨려 종종 깨 먹기도 한다"고 했다.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은 연탄은행, 마을 동사무소 등에서 매년 600~800개 연탄을 받는다. 주민들은 하루에 6개 정도의 연탄을 사용해 겨울을 나기엔 부족하지 않은 양이라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온정의 손길이 닿기를 기대했다. 다만 연탄을 피우기 위해 불쏘시개 용도로 사용하는 번개탄은 연탄처럼 기부하는 단체가 없어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이 직접 사야 한다. 주민 김모(75)씨는 "번개탄이 3~4년 전만 해도 10개에 3천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6천원이다"고 푸념했다. 마땅한 소득이 없는 70~80대 어르신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 13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동의 쪽방촌 길가의 모습. 2023.11.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번개탄 가격 인상에 따른 주민의 어려움을 들은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번개탄은 아무래도 난방의 주원료가 아닌 보조 역할이다 보니 기부 대상으로써 고려를 못 했다"며 "다음 기부행사 땐 (연탄과 함께) 번개탄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 일대 쪽방촌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공공임대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찬반이 갈리는 등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한다. 주민 장모(57)씨는 "마을 주민 다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찬성하는데 마을 아래 상가 주인들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임대아파트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위해 동구청과 협의 중이며, 올해 초에는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