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 주는데... 기다리는 줄은 늘고
2023. 12. 01. / 경향신문 / 백경열기자
■ 대구연탄은행, 가구당 300장 지원, 매일 3장씩 추가 배급
■ 불경기로 기업체 기부 안 해…“전년 대비 후원 30% 감소”
■ 서울·대구 등 에너지 취약계층은 난방비 부담에 수요 증가

지난 23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교회. ‘대구연탄은행’이라고 적힌 창고 앞에 손수레 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연탄은행 관계자가 등록번호와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인근에 있던 어르신들이 창고 앞으로 모여들었다. 두툼한 외투를 입은 어르신들은 연탄 3장이 수레에 실리는 것을 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대구연탄은행 관계자는 “매일 10명 전후 어르신에게 연탄을 나눠드리고 있다”면서 “올 들어 민간 후원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정도 줄었다. 남은 겨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올해 민간 연탄 후원이 줄면서 에너지 빈곤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복지재단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연탄은행)은 올겨울 연탄 나눔 목표치로 300만장을 계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나눔 실적인 402만6000장에 비해 25.5% 줄어든 수준이다. 기존에 도움을 주던 기업체 등의 기부 움직임이 뜸하다는 게 연탄은행 측 설명이다. 연탄 사용 가구는 2006년 27만여가구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3 전국 연탄 사용 가구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전국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167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0.3%로 파악됐다. 2021년(8만1721가구)에 비해 8.5% 줄었다.
반면 서울·대구·충북·제주 등 4개 지역은 2년 전보다 연탄 사용 가구 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의 경우 2021년 1414가구에서 올해 1843가구로 31% 증가했다.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대구지역의 연탄 사용 가구가 가장 많았다. 연탄은행은 난방비 부담 탓에 기름보일러 대신 연탄난로를 들여놓은 에너지 취약계층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탄 난방비는 유류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탄은행은 연탄 사용 가구가 증가한 지역의 경우 노령화 지수가 높고 1인당 소득이 낮게 나타나는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연탄 사용 가구는 정부 지원에 민간 도움을 더해 겨울을 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기초생활수급 및 차상위 가구 등에 ‘연탄쿠폰’(카드)을 발행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취약계층 820가구가 연탄을 구매할 수 있도록 4억5000만원이 지급됐다. 1가구당 47만2000원이 지원된다. 민간의 경우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에서 지난해 700가구에 19만장을, 대구연탄은행이 250가구에 7만5000장을 후원했다. 대구연탄은행은 취약계층 1가구당 300장을 지원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날마다 3장씩 필요로 하는 가구에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매년 대구연탄은행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화자씨(78)는 “300장이 고맙지만 이 정도로는 겨울을 나지 못해서 매일 아침 30여분을 걸어와 연탄 3장을 추가로 받고 있다”며 “무릎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연탄 한 장이 이렇게 소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을 쓰는 저소득 고령층이 갈수록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에너지 빈곤층의 겨울나기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