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행 후원 반토막…역대급 한파 예고, 취약계층 어쩌나
2024. 11. 20 / 중앙일보 / 박진호기자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의 한 마을에서 원주시약사회 회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 [연탄은행]](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11/20/ac81e005-0eb5-4df7-a0e1-fd631756522d.jpg)
노부부 "금탄 같은 연탄 지원 감사"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 한 마을 언덕길. 연탄 지게에 3.6㎏짜리 연탄 6장을 올려놓은 봉사자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줄지어 올라갔다. 오래된 주택에 도착한 이들은 창고에 하나둘씩 연탄을 쌓아 올렸다.
이날 연탄나르기 봉사에는 원주시약사회 회원 40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형편이 어려운 6가구에 연탄 1000장을 배달했다. 연탄을 받은 노부부는 얼마 전 연탄이 똑 떨어져 옆집에서 100장을 빌렸다고 한다. 김모(72)씨는 “연탄 가격이 너무 올라 올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금탄' 같은 연탄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눈시울 붉혔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빈곤층의 힘겨운 겨울나기 시작됐다. 하지만 연탄 후원은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집계한 ‘연탄 후원 및 나눔’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173가구에 연탄 4만650장을 지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0가구에 9만8194장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연탄 후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2019년엔 10월 한 달간 18만3028장이 빈곤층에 전달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마을에서 LG전자 직원들이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 [연탄은행]](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11/20/86b4db14-786e-48ce-878f-07e5b1fc1fa2.jpg)
올해 연탄 가격 배달료 포함 1200원
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을 연료로 쓰는 가정은 9월부터 연탄이 필요한데 올해는 후원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라며 “원래 한달분 150장을 전달해왔는데 올해는 후원이 줄어 급한 대로 30장만 먼저 지원한 집도 많다”고 설명했다. 연탄은행에는 기부자들이 연탄을 직접 사서 기부한다.
연탄 단가가 오른 것도 기부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연탄 한장 가격은 평균 900원이다. 고지대 등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1장에 1200원 정도 한다. 10년 전 5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같은 후원금으로도 후원할 수 있는 연탄량은 절반으로 준다. 여기에 연탄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연탄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날 원주지역에 배달된 연탄은 충북 제천시에 있는 연탄공장에서 사 온 연탄이다. 원주에 있던 연탄공장은 지난해 9월 파산신청을 하고 문을 닫았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에 39개 연탄공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광업소 폐광으로 연탄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지난 9월 기준 전국적으로 17개 연탄공장만 남은 상황이다. 특히 연탄사용 가구가 많은 강원지역은 10곳 중 4곳만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의 한 마을에서 원주시약사회 회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 [연탄은행]](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11/20/77e29a8d-7582-48e9-ac21-6248ee2931d2.jpg)
겨울 끝날 때까지 300만장 나눔 목표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사용 가구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형편이 어려운 분은 연탄에 의존해 겨울을 버티고 있다”며 “이들 가구엔 매달 150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겨울이 끝날 때까지 300만장을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전국 연탄 사용 가구는 총 7만4167곳에 달한다. 전체 사용 가구의 절반 이상이 산지가 많은 강원과 경북에 몰려 있다. 경북이 2만4663가구로 가장 많았고, 강원이 1만6859가구, 충북이 7618가구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가 4407가구, 전북 4120가구, 전남 3975가구, 대구 1843가구, 서울에도 1827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연탄을 사용 가구는 대부분 좁고 가파른 언덕에 있다. 더욱이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고령이어서 연탄은행과 봉사단체 도움 없이는 따뜻한 겨울을 나기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