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탄 온기가 필요한 세상에서 [시선]
2024. 12. 31 / 시사IN / 이명익기자
출처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00

“내가 웬만하면 택배도 애들한테 부치지 말라고 해요. 여기가 (지대가) 높아서 올라오라 하는 거 자체가 너무 미안하더라고. 여기는 뭐든 돈을 더 줘야 시킬 수 있는데 택배는 안 그렇잖아. 전에 집에 들어가는데 젊은 사람들이 막 모여 있어서 물어보니까 연탄 배달 봉사하러 왔다고 하더라고. 내가 젊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는구나 생각이 들어 집에 못 들어가고 숨어서 한참 운 적이 있었어요.”
박상기 할머니(83)의 집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집. 마당에서 굽은 허리를 살짝 펴면 지붕 너머로 뒷산이 보인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50년째 살고 있다. 개미마을엔 박 할머니 집처럼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다.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 가정의 평균 면적은 약 10~15평. 이 정도 크기의 집을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하루에 최소 연탄 다섯 장이 필요하다. 하루에 5000원, 한 달이면 대략 15만원. 월 평균 생활비가 30만원가량(연탄은행 자료)인 취약계층이 감당하기엔 적은 비용이 아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024년 12월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은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주최로 열린 ‘성탄 연탄데이’ 행사의 날. 자원봉사자들은 개미마을 38가구에 연탄 3600장과 난방유 400L를 나누는 봉사활동을 했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온정은 추운 날씨 속 개미마을을 따뜻하게 데웠다. 하지만 2024년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기부 목표치인 300만 장을 채우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12·3 쿠데타의 여파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며 지난해에 비해 후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50만 장이 모자라는 상황이어서 지금 울릉도로 가야 할 연탄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분들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달해주셔서 우리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