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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연탄 6장 만이라도"…할아버지 편지에도 기부단체 망설인 이유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2.10.20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22

"연탄 6장 만이라도"할아버지 편지에도 기부단체 망설인 이유

2022. 10. 20 / 매일경제 / 박홍주기자


고물가에 씀씀이 줄어들자

시민 기부문화까지 꽁꽁

 

연탄기부 작년 20%수준

취약계층 도시락도 줄어

 

사랑의열매 기부금도 저조

코로나 시기보다 900억 뚝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도 안녕히 지내고 계신지요? 후원자 분들이 매년 연탄을 보내주시는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요즘 날씨가 점점 차가워져서 고민입니다. 하루를 나려면 연탄 6장이 필요한데 저희 집 연탄창고는 텅 비어 있어서 염치없지만 연탄을 부탁드리고자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최근 수도권에 사는 한 80대 노인이 취약계층에 매년 연탄을 전달하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연탄은행) 앞으로 보낸 편지의 일부다. 그러나 올가을 연탄 기부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연탄은행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탄 300만장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왔는데, 올해는 이 추세대로라면 200만장도 모으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고공 행진 중인 물가로 국민 씀씀이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까지 짙어지면서 기부 실적이 '혹한기'를 맞이하고 있다20일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달 15일까지 기부받은 연탄은 고작 3만장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9~102개월간 기부받은 연탄이 약 20만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 수준으로 크게 급감했다. 연탄 기부 감소 추세는 2020년 같은 기간에 18만장, 202114만장으로 이어져왔으나 올해는 유독 감소폭이 큰 상황이다. 연탄은행은 매년 9월부터 개인과 기업에서 취약계층에 전달할 연탄을 기부받고 있다. 허 대표는 "연탄 기부는 2018340만장 넘게 들어온 뒤 2019199만장으로 급감했다가 2020220만장, 2021241만장으로 회복세에 있었지만 올해는 다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9일 기자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 위치한 서울연탄은행을 찾았을 때에는 연탄창고가 텅 비어 있었다. 연탄이 6000장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이 창고에는 고작 50장 정도만 남은 지 오래됐다고 했다. 연탄 비축은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은 고지대 달동네, 비닐하우스, 옥탑방 등 취약계층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가 찾아오면서 취약계층에 따뜻한 손길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백사마을 판잣집 120여 가구를 비롯해 창신동, 제기동, 구룡마을 등 서울에만 1650가구가 난방을 하기 위해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연탄은행 관계자는 "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가구마다 1000~1200장 이상 연탄이 필요하다""아직 제대로 연탄 배달을 시작조차 못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생필품인 연탄과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도시락을 전달하는 한 봉사자도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도시락 등을 구입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같은 돈을 써도 이전보다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들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역시 기부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모인 기부금은 31872525만원으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4085766만원에 비해 9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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