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기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900원의 아름다운 투자가 만드는 희망 대한민국"
2025. 01. 28 / 아시아타임즈 / 양혜량기자
"봉사나 후원은 겉으로는 누구를 위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연탄 한 장의 가격이 900원입니다. 물론 그것이 주식시장에 상장될 만큼 값어치 있는 물건은 아니겠지만, 그 한 장의 연탄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이 됩니다. 비록 우리가 한 명의 가난한 사람을 완전히 구할 수 없을지라도, 각자 한 가지씩만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투자로 가득 차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희망이 넘치는 나라, '희망민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16일 허기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가 연탄은행을 통해 한국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허 대표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대표로, 1994년부터 강원도 원주의 작은 교회에서 빈민사목을 시작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서울에서도 연탄은행을 설립해 현재까지도 어려운 가정에 연탄을 지원하는 등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허 대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한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밥상공동체를 설립했다. 또한, 장당 250원 연탄이 없어 추위에 떨고있던 어르신을 보고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그는 약 30년째 정부의 지원없이 연탄을 나르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지개를 지고 언덕을 올라가는 힘들지만 따뜻한 봉사를 펼치고있다. 그는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65kg인 것을 사람의 체온인 36.5도와 동일하게 여기며,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연탄이 단순한 난방 도구가 아닌 소통이자 열정, 사랑이라 표현한다.
연탄은행의 의미, 신뢰와 공신력 가진 은행의 단어로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게
‘연탄은행’이라는 이름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금을 저축하거나 대출하는 일반적인 은행이 떠오른다. 연탄은행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만 듣는다면 대략적으로 어떤 곳인지 추정할 수 있다. 허 대표는 연탄은행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보다 쉽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연탄과 은행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주천 다리 밑에서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하루 300명에게 식사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이상 다리 밑에서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워졌고, 노숙자와 취약 계층을 위한 따뜻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계기로 무료 급식 활동을 마친 후 ‘천 원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으며, 이를 줄여 ‘천사 운동’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허 대표의 모금활동은 외환위기(IMF)로 고통받던 시절이라 모금액이 쉽게 모이지 않았다. 허 대표는 낮에는 식사를 나누고, 실업자와 노숙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밤에는 아파트 초인종을 눌러 모금을 했다. 모금이 잘되지 않아 돈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던 허 대표는 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찾아가 많은 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허 대표는 신뢰와 공신력을 가진 ‘은행’의 개념을 연탄 나눔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사 운동을 하면서 단순히 돈을 모으는 데만 집중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이 운동의 철학과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45일 만에 2천만 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연탄 나눔 활동에도 ‘은행’이라는 개념을 붙이면 더 잘되고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연탄은행’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250원이 없어서 겨울을 춥게 보내던 할머니 보고 만든 연탄은행

허 대표는 추운 날 냉방에서 이불만 덮어 겨울을 보내던 할머니를 보며 연탄은행을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지인이 연탄을 나누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미 매우 바쁘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동 수단도 없어서 손수레로 식재료와 음식을 날랐기 때문에 연탄 나눔까지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인이 여러 번 찾아와 연탄 나눔을 요청해 연탄을 나누기로 결심했습니다” 허 대표는 연탄 나눔을 시작하려면 단순히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직접 지역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진행했고, 일주일 만에 100가구 넘는 연탄 사용 가구를 파악했다. 그중 한 할머니는 냉방에서 이불을 덮고 겨울을 나고 있었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할머니는 연탄을 살 돈이 없어서 난방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 충격을 받은 저는 연탄값이 한 장에 250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금액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연탄 나눔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이후, 연탄은행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탄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경험은 연탄은행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 할머니와는 이후 공익 광고까지 함께 촬영하며 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가적 난리에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 주춤, 연탄의 중요성
“사실 지난해 연탄 나눔 성과가 예년만큼 크지 않습니다. 매년 평균적으로 전국적으로 400만 장 이상의 연탄을 나누며, 기본 목표는 300만 장으로 설정했으나, 2024년에는 12월까지 250만 장밖에 나누지 못했습니다. 이는 연말에 집중되는 후원이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연말에는 정치적 사건들, 예를 들어 계엄 선포와 탄핵 문제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허 대표는 이로 인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봉사와 후원에 참여하려는 여유가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 지역이나 섬마을 같은 외곽 지역에는 연탄을 보내지 못한 곳도 생겨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사회적인 큰 이슈가 개인적인 나눔과 관심을 잊게 만드는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을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20년 전 연탄 한 장의 가격은 250원으로 지금은 약 9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전기 보일러 등 다른 난방 수단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허 대표는 연탄이 한국 취약계층에게 여전히 중요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이유를 그들에게 연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탄은 20년 전 250원으로 매우 저렴했지만, 현재는 한 장에 약 900원이 됩니다. 그럼에도 다른 난방 수단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며,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필수적인 생존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은 주로 평균 연령이 80세 이상이고, 월 소득이 35만 원 미만인 고령층이다. 이들은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거나, 젊은 시절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주로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고지대, 달동네, 비닐하우스촌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기름 난방의 경우 한 달에 약 40만 원이 필요하지만, 연탄 난방은 한 달에 약 15만 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연탄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로, 특히 고령층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연탄을 받는 어르신들은 이를 단순히 ‘시커먼 연탄’이 아니라 ‘금탄’이라고 부르며 감사를 표현합니다. 이처럼 연탄은 취약계층에게 단순한 난방 도구를 넘어 희망과 생존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연탄을 환경적인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기업과 사회의 인식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연탄이 가진 사회적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연탄을 재료로 하며, 화석 연료로 분류되지만, 가정용으로 쓰이는 민수용 연탄은 발전용이나 산업용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현재 약 7만 4000가구가 연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생존을 위해 연탄은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연탄봉사를 하면 장관과 총리가 될 수 있다⋯ 연대와 나눔의 가치 경험하기

허 대표는 연탄 봉사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그는 4살 어린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그리고 역대 대통령과 장관, 검찰총장 등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봉사를 통해 연대와 나눔의 가치를 경험했다. 연탄 봉사는 고지대 달동네와 비닐하우스촌처럼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진행돼 봉사자들은 손수레나 지게를 이용해 언덕길을 오르며 힘든 환경 속에서 연탄을 배달한다. 정치인과 기업인같은 봉사자들에게는 어려운 이웃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대표는 봉사 경로에 '장관 코스'와 '총리 코스', '대통령 코스'를 설정해 농담처럼 격려했는데, 실제로 장관으로 연탄 봉사에 참여했던 김부겸 전 장관이 이후 총리가 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호석 총장은 봉사 중에도 말없이 지게를 지며 열심히 참여했고, 직책을 내려놓은 뒤에도 봉사를 계속했다.
"연탄 봉사는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활동입니다. 연탄 나눔을 통해 결혼에 이르게 된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한 청년은 결혼을 앞두고 혼수 비용을 아껴 연탄 봉사에 100만 원을 후원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기도 했습니다.봉사가 단순히 연탄을 나누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나눔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봉사는 나를 위한 성장의 기회"

허 대표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겠다'라는 다짐을 하며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에게 봉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가난은 물질적 결핍뿐 아니라 정신적 가난, 꿈의 부재와 같은 내면적 빈곤도 포함됩니다.하지만 가난은 단순히 가진 것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인생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만약 가난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난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무릎 꿇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하는 철학이 바로 가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대표는 지난 30년간 정부에서 일을 하며 한 푼의 월급도 받지 않고 봉사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결국 그를 위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을 드릴 때, 오히려 제가 더 큰 보람과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