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서울 달동네는 더 춥다…냉바닥에 연탄 보며 한숨[르포]
2025. 02. 04 / 머니투데이 / 박진호기자

"새벽부터 연탄을 10개나 태우는데도 13도야. 온도가 안 올라."
역대급 한파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상계3·4동으로 들이닥쳤다. 이날 오전 노원구의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 체감 기온은 영하 19도까지 떨어졌다. 서울 동북부에 올겨울 첫 한파 경보가 내려진 여파다. 온몸이 저릴 정도의 추위에도 달동네 주민들은 마음 편히 연탄을 땔 수 없다. 지난해보다 연탄 지원이 줄어 난방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윤모씨의 단칸방엔 한기가 가득했다. 윤씨는 이 동네에서만 40년을 산 토박이다. 윤씨의 안내를 받고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서니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방 한 가운데 켜진 연탄보일러의 온기는 주변에만 머물렀다. 연탄보일러 앞에 앉은 윤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앞으로 2주에서 3주는 굉장히 추울 텐데 연탄이 50장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여기가 높은 지대에 속하다 보니 하루에 최소 8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아껴 쓰면 2주까지는 버틸 것 같다"고 했다.

윤씨처럼 상계3·4동 주민들의 걱정거리는 연탄이었다. 아침을 먹으러 간다던 65세 나모씨는 "따뜻하게 지내고자 하면 여기서 살 수 없다"며 손에 낀 두꺼운 장갑을 보여줬다. 나씨는 "최근 급성 심장마비로 인해 심장 수술을 받아 겨우 살아났다"며 "그래도 추위를 참고 연탄을 4개씩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찬을 사서 집으로 가고 있다던 70대 남성은 하루에 연탄 4장만 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바지를 보여주며 "운동복을 두껍게 껴입었고 몸에 열도 많아서 끄떡없다"고 말했다. 지대가 낮은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70대 황모씨는 "우리 집은 그래도 도시가스가 닿으니 연탄을 적게 땐다"며 "다만 다른 집들은 8장 이상은 때야 할 거다"고 말했다.

상계 3·4동 주민들이 연탄 보릿고개를 겪는 이유는 최근 연탄 가격이 오르고 정국 혼란 등 이슈가 지속되면서 연탄 지원 단체들도 타격을 입어서다. 저소득층이 주로 쓰는 연탄 가격은 가볍지 않다. 특히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이었던 삼천리 연탄공장이 지난해 철거에 들어가면서 연탄 가격이 더 올랐다. 장당 900원 정도다. 추가로 내야 하는 배달비용을 생각하면 장당 1500원에 달한다. 하루에 10장을 때면 1만5000원, 1개월에 45만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년 연탄 300만장을 후원하던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2023년에 비해 약 50만장이 모자랐다. 올해 1월 지원한 연탄은 지난해보다 44% 줄었다"며 "후원 문의와 봉사 문의조차 줄어 올해는 약 100만장이 부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